미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요해

1.
「녹색평론」을 빼놓지 않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잘 지키지 못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사회가 미쳤다는 증거보다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를 더 많이 찾고 싶다.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이 만든 피라미드에서는 소년 소녀들이 처형을 당하고 그 피가 신에게 바쳐졌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재미삼아 그들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아즈텍 문명의 논리 안에서는 필연이었습니다. 그들은 59년마다 태양과 달의 원운동이 멈춘다고 믿었고, 소년 소녀들이 피를 흘려야 그 운동이 계속된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우리 현대인들도 결코 아즈텍 사람들보다 낫지 않습니다. 우리도 경제성장이라는 피라미드 위에서 우리의 농업, 일자리, 경제, 살 만한 도시를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 경제성장이라는 피라미드의 논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from「녹색평론」2004년 1-2월호, 30~31쪽)

2.
퇴근길에 오뎅으로 요기를 하려고 들린 회사앞의 떡볶이 트럭은, 학원 시간 중간의 잠깐 동안 들리는 어린 학생 녀석들로 붐비고 있었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밖에 되어보이지 않는 사내녀석이 떡볶이집 주인 아줌마에게 불안하고 달뜬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었다. "우리 아빠가요, 무슨 학원비가 이렇게 많이 드냐고 엄마한테 확 화를 내니까요, 엄마가 아빠한테 당신이 무능하니까 그렇지 하면서 막 싸워서요…" 같은 또래로 보이는 옆의 녀석이 한심하다는듯이 말한다. "야 집안일을 그렇게 밖에서 다 얘기하면 어떡해!" 하지만 사내녀석은 상관하지 않고 계속 아줌마에게 쏟아붓는다. "아줌마, 전 어떻게하면 좋아요?", "나 지금 OO학원 다니는데요 자신이 없어요.", "아줌마, 저 10시 반부터 지금까지요 집에 한 번도 못갔어요, 불쌍하죠?" 아줌마는 들어만줄뿐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아줌마, 좀 있다 8시 반까지 엄마가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아무 얘기도 하면 안되요?"

3.
점심을 먹으러 자주 가는 건물의 2층 대부분은 입시 관련 학원이다. 그 좁은 공간에 학원만 5개가 넘는다. 벽 하나 너머에 아이들로 가득 차 있을 그 복도를 지날 때마다 다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비정상인가? 내게는 그 공간이 불합리로 가득찬 상징처럼 느껴졌다. 아까 떡볶이집의 그 녀석도 저 벽 너머 어딘가에서 축 쳐진 어깨로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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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ouia

    엉뚱한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때에는 저녁 6시까지,
    중학교 때에는 저녁 9시까지,
    고등학교 때에는 자정까지,
    학교에 붙잡혀 있었습니다.

    제게는 오히려 맞벌이하는 부모님 덕분에 텅 빈 집보다는 학교가 훌륭한 탁아소 겸 놀이터였습니다. 친구들도 같이 있었고.
    요즘 애들이 불쌍한 것은 학습량이 많다거나, 놀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오히려 학력고사 세대들이 더 심했으므로), 파편화된 고립과 만인의 만인에 대한 불필요한 경쟁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2. dalbong

    정신 병원에서 '정상' 진단을 받으면 미치지 않은게 됩니다..

  3. 수지니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일깨워 줘야하는가… 어렵네..
    단순히 암기하고 오랜시간 책상앞에 앉아 있는게 중요한게 아니라는건 모두 알고 있지만서도…

    그래도 초딩들은 무서버…

  4. niche

    유명한 동네죠 ^^
    토요일 오후즈음 그동네 일있어 가보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건
    꼭 학원가는 학생들이더군요.

  5. 잘 키운 용 한마리 열마리 소 안부럽닷!

    타자에 대해 : 호찬넷의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요해"을 보다가

    <사진설명 : 내 책상위의 천사 에 배경이 된 뉴질랜드의 한 풍경… 작년 10월 여행중 배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호찬넷의 미치지 않았다는 증거가 필요해 을 보다가 결국 미쳤다와 미치치 않았다의 기준은 그 사회가 정하는 것이다. 대학교4학년 교양시간이었…

  6. promise4u

    남편에게 무능력을 묻는 저 아이의 어머니.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저 아이.
    모두다 암울하고 우울함이 가득하군요..
    분명 우리나라는 합리적이지 않음이 분명합니다.
    오늘날 그동안 잘못되었다 이야기 되었던 한국 교육을.
    '이제 전세계도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등등의 이야기들로
    합리화 시키고 있죠..

    대한민국은 합리적인 국가인지 , 자기 합리화에 능한 국가인지..
    저 아이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자기 자신의 꿈이 더 소중한건데..
    문득 어제 대장금에서 금영이가 이야기 하던게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7. misato

    그에 대한 분노때문에 뭐 좀 더 배워보겠다고 대학교 원서를 썼는데.
    막상 대학교 들어왔더니 이틀만에 학점 잘주는 교수님 찾아다니고 있었어요..

    저 자신에게 충격받고있는 중이에요…

  8. moon

    이 글을 읽는데 왜 나의 가슴이 답답해지지…..
    항상 우리 애한테는 초연해지려 노력을 하지만(결국 나의 현실 탓에…), 학원 생활에 길들여지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그냥 자기 자신이 인생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우리내 현실에서는 힘든것일까???
    – 아직까지는 정답을 모르겠다… 솔직한 마음은 내가 여유가 있다면 우리 아들은 아무것도 안시켜도 자신 있겠는데 정작 내가 있는게 없으니 불안하다… –
    hochan님도 애를 빨랑 낳아서 경험해 보구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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