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블로그에서 ’1인 미디어’ 계급장 떼고 다시 시작하자

20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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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1인 미디어’ 계급장 떼고 다시 시작하자“라는 제목, 글의 끝에 “서비스 업체와 언론들은 잠깐 비켜 달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 것이 좀 역설적이긴 하군요. 현재 해당 업체에 있을 뿐만 아니라 종종 매체에 글을 싣고 있는 저로서는 말이죠.

하지만 이런 글들을 쓸 때만큼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의 입장에서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괴물은 되지 말아야죠.

블로그에서 ’1인 미디어’ 계급장 떼고 다시 시작하자
- [웹미디어 속으로] 얄팍함을 깨고 제대로 된 논의를

누가 처음 한 말인지도 확실치 않은 “블로그는 1인 미디어”라는 명제는, 이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권위를 가지고 이곳 저곳에서 인용되고 있다. 이제 1년 남짓 된 국내의 블로그 열풍은 어느 나라 못지 않다.

하지만 이 열풍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 블로그가 시작된 미국의 경우와는 꽤 다른 면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만 이야기해 보자면 그건 바로 열풍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인터넷을 주도해 온 전문가들이고, 우리나라는 포탈로 대표되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언론일 것이다.

국내에서도 물론 블로그 도입 초기에 의견 선도자들이 블로그에 대한 논의를 주도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 그 주도권은 서비스 업체와 언론들에게 넘어가 버렸다.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가 아니라 당사자들의 입맛과 이익에 부합하는 면만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 업체들은 블로그를 새로운 사용자와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보고 있고, 언론들은 한동안 이슈가 없던 인터넷 분야에 신기한 기사거리로 다루고 있다. 언론의 역할이 ‘연구’가 아니라 ‘보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대다수의 언론이 블로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업체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이번 대통령 선거 전당대회에 블로거들을 정식으로 초대하여 블로그를 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블로그의 위상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시도가 단지 이슈를 만들기 위한 선거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블로거들이 쓴 전당대회에 대한 글들에 대해 수준 미달이며, 언론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고 폄하하거나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블로거 자신들은 그런 비판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블로그 역시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전해 나갈 것이고, 아주 오래 전부터 여러 가지 실험을 거친 기존의 언론과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고 시기상조라고, 그들은 자신 있게 말하고 있다.

우리의 현재를 단순화 시키면 이렇다.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못한 채 블로그는 졸지에 ‘미디어’가 되어 버렸고, 왠지 미디어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떠안아 버렸다. 블로그가 미디어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건 많은 사용, 논의, 교류를 통해서 만들어 나가면 될 일이다. ‘블로그’라는 세 글자에 우리가 모르는 신묘한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블로그에서 ’1인 미디어’라는 계급장을 떼고 다시 시작하자. 그 주도권을 인터넷 대중들이 가져오고 발전시켜 나갈 때에야 충만한 자신감으로 우리의 블로그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업체와 언론들은 잠깐 비켜 달라.

{ 4 comments }

이지 2004.8.14 (00:27)

호찬님은 괴물은 아니고… hof님 말씀에 따르면 ****왕 이져. ^-^

misato 2004.8.15 (11:33)

EBS 방귀대마왕이 생각났습니다.(….)

서비스업체가 자진해서 비킬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요;;;
처음에 우리가 이미 목격했듯.. 더 노골적으로 의미부여를 할지도 모르죠.. 싸이월드가 블로그라는둥;;;

똘레랑 2004.8.16 (10:33)

^^ 원래 미디어는 바로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호찬씨가 말하는 “미디어”는 언론의 역할을 하는 대중 미디어를 표현한 것으로 같군요.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측변에서 볼 때, 블로그는 1인미디어 맞습니다.

골룸 2004.8.29 (05:56)

원래 온라인 서비스라는 것들이 그렇게 많은 사용,논의,교류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무엇이라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블로그가 그래야만 하는 숙명을 타고난 것인가요? 글쎄 카페나 검색, 경매 따위도 그냥 사업자와 소비자가 죽이 맞아서 파이가 커져가는 것이지 전문가들이 모여서 논의,교류를 한 기억은 없어서요. 보도를 어떻게 하던 사업자가 뭘 만들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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