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오랜덤'의 한계

웹에서 유통되는 글들의 인기 추이를 보여주는 류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밈오랜덤(Memeorandum)'이라는, 정치와 기술 분야의 블로그 글과 뉴스를 링크 빈도에 따라 노출 여부와 비중을 결정하여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다. 밈오랜덤의 제작자인 게이브 리베라(Gabe Rivera)는 서비스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웹을 편집자로 인식시키는 것
  • 새로운 뉴스 소스를 신속하게 노출시키는 것
  • 관련된 논의를 연계시키는 것

그리고, 서비스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1. 리베라가 각 분야의 대표적인 블로그, 뉴스 사이트를 선정한다.
  2. 선정된 곳의 텍스트와 링크를 프로그램이 분석하여 연결된 필자들을 찾아낸다.
  3. 글의 링크 빈도와 특정 요소들에 따라 서비스에서의 노출 여부, 위치, 헤드라인 크기가 결정된다.
  4. 헤드라인으로 선정된 글의 하단에 링크된 사이트와 글들을 'Discussion' 또는 'RELATED ITEMS'로 묶어서 노출한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과연 애초의 목표대로 잘 진행되고 있을까? 나의 평가는 이렇다. 앞에서 언급한 서비스의 목적 중 '웹을 편집자로 인식시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리베라는 자신이 선정한 대표적인 블로그와 뉴스 사이트들을 ― 글의 내용을 작성하고 판단하고 필터링하는 ― 일종의 뉴스 편집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고, 사람들이 직접 링크한 빈도에 따라 노출 여부와 비중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웹'은 이런 결정들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의 기반일 뿐이고, 모든 결정의 주체는 글을 쓰고 링크를 건 '사람'들이다.

'웹=편집자'라는 공식은 '집단 지능(지성)'이라는 아직 논의만 무성한 개념에 기대어 웹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있다는 환상을 덧씌우고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밈오랜덤이 가진 장점 ― 어떤 블로그나 인터넷 뉴스를 봐야 할지 잘 모르는 초보자들에게 현재 많이 논의되고 있는 글들에 대한 기초적인 추천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많이 링크된 웹 페이지가 중요한 것'이라는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 기술 개념에 기대고 있을 때 그 한계는 분명하다. 절대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겠지만 결과에 대한 신뢰도의 차이는 다음의 수치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데, 구글이 약 240억 개의 웹페이지를 색인하고 있는 반면, 밈오랜덤은 약 2천 개의 블로그를 분석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적은 수의 엄선한 블로그, 뉴스 사이트만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수준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렇게 제한적인 대상을 통해 얻어진 결과가 과연 웹 상의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인기 글 추이를 보여줄 수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리고, 한 가지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제작자인 리베라가 어떤 블로그들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느냐에 따라 헤드라인으로 선정되는 글들의 성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를 들자면, 만약 이번 한국의 상황에서 황우석의 연구성과(?)에 대해 의문과 반론을 제기하는 블로그들은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을 경우, 이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의 글들은 노출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문제제기에 대한 해명에 따르더라도 'Discussion' 영역 이외에 노출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밈오랜덤의 영향력이 아직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 서비스가, 개인이 매일 모두 읽어보기에는 조금 많다고 느껴지는 인기 블로그, 뉴스 사이트를 정리, 요약해서 보여주는 수준의 서비스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웹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실시간 스냅샷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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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ebie

    사실 모든 검색엔진의 최근 또는 인기순으로 검색된 결과가 3~5페이지 안에 나오지 않는다면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더군요. 더 검색해보면 나오겠지만, 그렇게 검색해서 찾는 것 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이전의 글을 새로 작성해서 검색결과의 머리부분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기도합니다. RSS도 그렇고 새로 올라오는 정보에서 생명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우선순위가 낮아진 링크들은 정확해도 접근하는 사람이 없으니 죽은 링크라고 봐야겠죠. 전문적인 분야의 경우에는 위키백과나 전문블로그 등에 등록된 정보를 더 신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 lunamoth

    (수많은 페이지를 통한) 페이지랭크를 시시각각으로 업데이트 되는 블로그에 적용하기에는 무리인듯 싶습니다. (Sphere, http://lunamoth.biz/index.php?pl=1430)

    그런점에서 확실히 즉흥적인? 뉴스 취합에 그칠 수 밖에 없을테고요.

    블로그 선정에 관한 문제는 역시 생각해볼만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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