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 쿨레, 《고대 그리스의 의사소통》

안녕하십니까, 철학박사 강유원입니다.

어떤 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적대하는 인물 즉, 반동 인물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 ‘안타고니스트(antagonist)’입니다. 그에 비해서 주인공은 뭔가를 간절하게 원하는 인물이니까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라고 부릅니다. 안타고니스트와 프로타고니스트라는 말은 ‘아곤’(agon)이라는 희랍어에서 파생된 것들입니다. 아곤에 반대라는 뜻의 ‘안트(ant)’가, 그리고 찬성이라는 뜻의 ‘프로(pro)’가 덧붙여진 것입니다. 이 접두어들을 가지고 다시 읽어보면 안트아고니스트, 프로아고니스트 이렇게 읽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곤은 투쟁 또는 경쟁을 뜻하는 말입니다. 격투기나 법정의 대결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사실 희랍 사람들 특히 고대 아테나이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싸움을 즐겨 하였습니다. 말싸움도 그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아테나이에서 만들어진 물병 등을 보면 시장이나 민회가 열리는 광장인 아고라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겨진 것이 있기도 합니다. 그들이 벌였던 경기인 레슬링, 법정 다툼, 드라마 등이 모두 다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툼은 싸움만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폴리스에서의 말하기는 수사학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이것은 자연스럽게 민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민회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이야기를 조곤조곤 주고 받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격렬한 말싸움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연설을 하면 그 연설이 끝나자마자 강력한 논박을 펼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그런 논박들이 아주 흥미롭게 적혀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희랍에서 만들어진, 특히 아테나이에서 만들어진 어떤 문화적인 산물들을 이해하고 또 읽으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그 사람들은 아곤을 즐겨했다라고 하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희랍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하고 말싸움을 하고 또 그것이 어떠한 문화적 산물들을 만들어냈는지를 심도 있게 알고자한다면 코린 쿨레라는 사람이 쓴 《고대 그리스의 의사소통》이라는 책을 참조할 수 있겠습니다.

강유원의 책과 세계였습니다.

2018.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