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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그런 것 같지 않군요.
옛 어른들은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당장 세상을 구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한국에 홍길동 외에는 그럴듯한 슈퍼 히어로물이 없다는 것이 이상한 요즘입니다.

hochan 씀

2011.10.11 15:39

카테고리 O,일기

에버노트와 A5 카드 이용하여 정리하기

지난주 한 기관에서 두 시간 가량 강의를 했다. 강의 내용을 준비하며 에버노트와 A5 카드에 정리해 봤는데 만족스러웠다.

에버노트(Evernote)

  • 주로 웹에 올라와 있는 자료들을 수집할 때 사용했다.
  • 에버노트 플러그인을 설치했다면, 웹브라우저에 뜬 내용 중 필요한 부분만 마우스로 드래그해서 선택한 후에 'Add to Evernote' 해주면 바로 저장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 무료 버전도 PDF 파일을 저장할 수 있고, 에버노트에서 바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PDF 문서 관리에도 매우 편리했다(유료 버전은 각종 파일을 모두 저장할 수 있다).
  • 에버노트에서 제공하는 고유 이메일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면 자신의 에버노트에 저장되는 기능이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가령, QR 코드를 이용한 마케팅 사례)을 이메일로 보내서 쉽게 저장했다. 기존에는 찍어만 놓고 잊는 경우가 많았다.
  •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자료는 일단 저장한 후에, 강의 구성에 따라 '노트북'(에버노트의 폴더 개념)을 세 개 만들어 놓고 자료를 분류했다. 이렇게 하니 나중에 검토할 때 강의 진행에서 필요 없는 자료가 눈에 잘 띄였다.
  • 요샌 당연한 것이 됐지만, 어플리케이션, 웹, 앱 모두를 지원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A5 카드

  • 보통 독서 카드, 정보 카드, 메모 카드, 인덱스 카드 등으로 불리는 카드이다.
  • 다양한 크기가 있는데, A4 크기의 절반인 A5 카드를 이용했다. A5는 정리할 수 있는 이공 바인더 파일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정리하기가 편리하다. 더 작은 카드는 내용을 기록하는데 불편할 수 있다.
  • 여러 브랜드에서 나오는데 모닝글로리에서 나오는 카드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영풍문고에는 모닝글로리의 다른 크기 카드는 모두 있는데 A5는 없다). 이공 바인더 파일에 정리할 수 있도록 구멍이 두 개 뚫려있다. 가격은 링 두 개 포함하여 한묶음에 3천원 가량이다.
  • 강의 시 활용을 위해서 내용은 뒷면에 쓰고, 앞면에는 지시 사항을 썼다. 가령 이번 카드 내용은 '화이트보드를 이용'한다든가 '파워포인트를 이용'한다든가.

파워포인트만으로 진행되는 강의는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도 항상 불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내 경우에는 대부분은 화이트보드에 판서를 하며 진행하고, 시각 자료가 꼭 필요한 내용만 파워포인트로 작성하여 진행했다. 카드에 지시 사항을 적어 놓긴 했지만, 아무래도 왔다갔다 하니까 조금 혼동이 있었다. 더불어 강단에 조명을 껐다켰다 해주신 분이 좀 애먹으신듯 하다.

스스로 세운 자료 정리 원칙이 온라인에서 얻는 자료는 에버노트에 저장하고, 오프라인 자료는 A5 카드에 저장하는 것이다.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가령, 책에서의 인용은 카드에 기록하는 식이다. 컴퓨터에서의 빠른 검색은 안 되지만 카드들을 주르륵 넘기면서 얻는 다른 것들이 있고, 한켠에 쌓여가는 카드들을 보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스멀스멀 새벽

새벽에 나를 짓누르는 것들이 있다. 가슴 한 구석의 방에 쌓아둔 것들. 정리되지 않고, 자물쇠로 채워 놓지도 않은. 살짝 열린 문 틈으로 어두운 새벽의, 정신의 빛이 가늘게 어른거릴 때, 그것들은 어느샌가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절반쯤 고개를 내밀어 나를 쳐다본다.

피하고 싶은 문제들, 시도하고 싶지 않은 해결책들, 이루기 힘든 목표들, 오래 걸리는 즐거움들, 반복되는 포기들, 피할 수 없는 열등감, 모든 부정적인 것들. 언젠가는, 언젠가는을 되뇌이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

사실 그것들이 나를 만들어 왔으며, 나의 힘이었다. 어두운 힘. 등 뒤에 벼랑이 있다고 상상하며 한 발자국만 밀리면 끝이다라거나 될 때로 되라며 몸을 내맡기는, 지금이 중요하다며 내일을 내 일로 여기지 않는 방식. 이 모든 것들이 쳐들어오는 시간. 세 시에서 다섯 시 무렵. 두 아이의 눈빛과 미소를 떠올리며 선을 긋는다. 이만큼, 이만큼. 세 번 안에 돌아와야 하는 땅따먹기처럼 너무 멀리 가면 위험하다.

가슴 속의 잡동사니들을 어떻게 할까? 문제는, 잘못 건드려 화라도 돋구면 대책 없이 커져버리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은 잘 달래어, 공책으로 옮겨, 그 안에서 살아가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세상 밖으로 풀어놓기. 아니면, 그 눅눅하고 어두운 방을 활짝 열어서 환히 텅 비우는 것이다. 그런다고 잡동사니들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지는 않겠지만, 스멀스멀 잠식해 갈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펜과 공책으로 가능한 것들이니, 20대의 나이에,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멋지게 날리시던 분들, 지금쯤은 구원 받으셨는지 한 소식 좀 전해주시길.

hochan 씀

2010.8.23 06:36

카테고리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