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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HOCHAN.NET에 글을 쓰다보면 마치 오른쪽 칼럼과 누가 더 긴가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오늘처럼, 글을 안써서 왼쪽이 몽당 칼럼이 됐을 때는 "윽… 지고 있다"는 압박감이.
1. 블로그 세미나
블로그 세미나를 한다고 했었죠. 미리 알려드리지 않은 건 다른 분들한테도 도움이 될지 별 확신이 없었고, 주최측에서 크게 홍보를 하지 않아서 저 혼자 설치기도 좀 뻘쭘한 상황이었다고 할까요. 일단 제가 발표한 자료(PDF, 46.3KB)를 올리기는 하는데요, 블로그의 기초 개념에 대한 내용이고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해서 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생각한 방향의 핵심은 블로그를 정의하고 파악하는데 있어서 "형식"과 "내용"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2. 에버랜드
토요일에 에버랜드를 갔었죠. 부슬비와 안개가 낀 날씨탓인지 아주 한가로왔습니다. 꼭 날씨 때문이 아니더라도 토요일 오전에 가면 모든 놀이기구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탈 수 있더군요. 아… 그런데 저도 나이를 먹은 것일까요? "브레이크 댄스"를 타고 난 후에 같이 간 그 친구와 전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독수리 요새와 바이킹을 타고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터였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의무실 가서 공짜약 받아먹고 롤러 코스터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래도 저녁은 아구찜 한 그릇을 다 먹었다죠.)
제 친구는 동물원과 사파리에 온 정신을 빼앗겨서 연신 사진을 찍어대더군요. 사실 에버랜드 동물원에는 서울랜드 동물원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동물친구들이 많이 있죠.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 서른 마리 정도가 모여사는 친구들은 어찌나 개성들이 강하던지 다들 나름대로 뭔가에 열중하고 있더군요. 열심히 땅 파고 흙 옮겨서 머리로 콩콩콩 다지는 친구가 왼쪽에 한 마리, 오른쪽에 한 마리, 또 세 마리가 코를 맞대고 뭔가 작당하고 있는 친구들, 유리에 딱 붙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구출을 요청하는 이 친구. 이제 추워지면 동물친구들 월동준비 들어가겠죠. 그럼 다음 봄을 기약하며 안녕.
3. MISSHA
백화점 세일 기간을 맞아서 월동준비를 하러 쇼핑 갔습니다. 그런대로 세일의 잇점을 활용한, 알찬 쇼핑을 마치고 훠이훠이 시내를 둘러보던 중에 "MISSHA"라는, 항상 사람이 붐비는 화장품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려다가 남자 화장품도 있을까, 하고 친구와 함께 들어갔죠.
여기가 요새 뜨는 화장품 브랜드라고 하던데 그 이유가, 매우 싼 가격임에도 품질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서 내세우는, 가격이 싼 이유가 불필요한 포장을 없애고, 광고비를 줄이고, 유통단계를 축소했기 때문이라는군요. 바디샵의 정책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요. 저는 애프터쉐이브와 에멀젼을 사서 이틀 째 쓰고 있는데 만족할만 합니다. 바디샵 제품들보다 훨 낫네요. 그리고 두 개 합쳐서 가격이 만 원도 안됐죠. 자신의 피부를 가죽 대접하는 남성분들은 한 번 써보세요. 계속 가죽 취급하다가는 서른 넘어서 후회합니다.
이 MISSHA의 모(母) 사이트인 BeautyNet은 생긴지 꽤 되었고 블로그 서비스도 굉장히 일찍, 다른 블로그 서비스가 국내에 거의 없을때부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도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군요. 제가 이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그냥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띄워주는 건 그만큼 제가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겠죠.
4. 정리
이제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남았네요. 나이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의 두근대는 기분은 더 이상 모르겠고, 다만 한 해를 정리해야 할 때라고 강한 액센트를 통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차근차근. 정리는 내일을 위한 준비.
emars의 뉴스레터
emars라는 "사례중심의 마케팅 브랜드 사이트"를 표방하는 곳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콘텐트는 유료이지만 회원으로 등록하면 보내주는 뉴스레터는 무료입니다.
오늘 받은 뉴스레터는 Han's Letter라고, 한스컨설팅 대표이자 emars 자문위원인 한근태 씨가 쓴 "두드리면 열린다: 공장혁신1"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사례중심을 지향해서 그런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내용이 참 좋군요. 최고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이런 시도까지 하는구나하고 느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하네요.
긴 글
사흘을 연짱 걸렀더니 무지 긴 글을 쓰고 싶어졌다. 화, 수, 목을 빼먹으니까 꼭 일 열심히 해서, 바빠서 못 쓴 것 같다. 사실 그닥 쓰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지만, 쓰다보면 나오니까. 갖다붙이자면, 자동기술법(automatism)이라고 하던가. 근데 나 긴 글을 무지 싫어한다. 편견이 있는데, 긴 글은 자기가 쓰려는 것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한테 어떤 것을 설명해 주려고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기 생각이나 감상을 적는 글이야 길면 어떻고 짧으면 어떻겠냐만.
오늘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는데, 월요일에 그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나름대로 조금 컸다는 생각으로 조금 뿌듯해 했다. 나 자신의 논리를 가졌다고나 할까. 이거 또 부딪히면서 많이 깨고 고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꽤 유용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세미나 끝나고 나서 자료 올리고, 자체평가 정도는 써봐야겠지.
이제 케이블TV들도 시청자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채널 서핑을 하다보면 눈에 확 띄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동아TV의 "에드 설리반의 팝 스토리"다. 동아TV 웹사이트의 설명을 빌리자면, "1948년부터 1971까지 매주 일요일 저녁 미국인들의 안방을 점령했던 에드 설리반쇼에서 당신은 이 시대를 풍미했던 팝 가수라면 누구라도 출연하는 게 꿈이었다던 그 시절, 그 때 그 가수들의 전성기 때 모습을 생생한 라이브 무대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니스 조플린이 미친듯이 노래하는 모습을 봤는데, 오 생각보다 통통했었군. 전설처럼 알고 있던 가수들의 초기 데뷔 시절을 본다는 건 신비롭기까지 하다. 젊은 날의 티나 터너랑 제임스 브라운이라니. 방송시간은 월/화 AM 9:00, PM 6:10, 새벽 1:10, 목/금 PM 2:10, PM 11:30, 토/일 AM 9:00, PM 9:00.
요새 몇 블로그에서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에 대해 언급하는 글들을 보았는데 역시 동아TV에서 "패션현장 2003 – 산업디자인의 거장, 필립 스탁"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더라. 방송시간은 화 PM 7:20, 목 AM 10:40, 금 PM 6:50, 일 PM 5:10. "내년에는 필립 스탁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도 만들 예정"이라고 하는군.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봐.
MTV를 보다 The Black Eyed Peas의 "Shut Up"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어- 스타일 독특하네 했다. 근데 이 밴드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참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Where is the Love?"라는 그 착한 노래를 부른 밴드였다니. 작전이었나. 그냥 좋게 봐주자. 목말라. 캬. Grand Funk Railroad는 가끔씩 들으면 정말 좋네. "Heartbreaker"의 그 징징거리는 기타 소리. 혹시 Grand Funk Railroad와 Linkin Park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때쯤의 계절을 맞으니 갑자기 고3 때 학력고사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에 여기저기 쏘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고3인 promise4u가 요새 진로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은가 본데, 이봐 당신은 열심히 사니까 잘 될꺼야. 보이는 세상도 조금씩 넓어질꺼구 머리 아플 경우의 수도 늘어나겠지만, 원하는 걸 하는 사람이 제일 행복하지 않을까하네. 그래도 당신은 같은 또래의 애들보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좀더 빨리 알게 되지 않을까?
된장. 사실 난 아까부터 오늘 세미나 준비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못했고 이젠 자야한다. 블로그 세미나 직전에 블로그를 줄창 썼으니 어쩌면 최고의 준비를 한 것일지도 모르고. 그나저나 내년초쯤에는 블로그 관련 책이 다섯 권에서 열 권 정도 쏟아져 나올 것 같더라.
CSS 퀵 리퍼런스
☞ mentalbloc design: CSS Quick Reference
으와! 끝내주네요. 이렇게 죽여주게 정리해 놓다니.
참고로 관련 문서 하나 추가합니다.
☞ Authoring Techniques for XHTML & HTML Internationalization 1.0 (from W3C)
업데이트(2003.12.4): 한글화된 문서로는 W3C 대한민국 사무국의 "Cascading Style Sheets, 레벨 2(W3C 권고안, 1998-5-12)"이 있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
☞ <매트릭스> 총 3편, 제대로 이해했나? (from 오마이뉴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실리지 못한 사진들은 eanc 사이트에 가면 볼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를 프로이드의 이론으로 해석한 글입니다. 저도 <매트릭스>에 대한 대부분의 평들이 "레볼루션"의 개봉과 동시에 세 편 모두를 거의 도매금으로 평가하고 것에 의아해하고 있던 중 발견한 참신한 글입니다.
제가 <매트릭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해석의 공간이 매우 넓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것을 황홀한 액션신들과 아주 조화롭게 결합시켜 놓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트릭스가 단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들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레볼루션"편을 보고도 느낀 것이지만 이 영화 한 번 보고 과감히 해석의 칼을 들이대기는 너무나 힘들지 않을까요. 극장에 앉아 볼 당시에는 액션신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으니까요. 이성이 작동할 틈이 없었죠.
PS. 어떤 큰 이슈에 대한 의견의 쏠림 현상을 이번에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수의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중요한지도.
Updated (11.27): 하나 더 마음에 드는 리뷰, "[매트릭스] 과연 실패한 블록버스터인가" (from 컬티즌)
응급실
지금 시각은 오전 12시 35분. 영동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 옆에서는 세수를 하다 쓰러진 아버지 때문에 오열하고 있는 고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아들이 있다. "아직 안돼. 나 대학가는 거 봐야지" 하지만 아버지는 말이 없다. 답답한 심정에 옆에서는 어머니가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지금 택시 타고 빨리 와라." 아버지를 싣고 온 119 응급대원 아저씨는 정말로 걱정스런 표정으로 두 모자에게 상황을 얘기해 주고 있다. 응급실은 괴롭다. 삶과 죽음의 교차를 바라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나의 가족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더욱 괴롭다.
삶을 관리할 수 있을까?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죽음이 항상 내 옆에 있다면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을까. 삶과 죽음을 나누는 강은 쉽게 건널 수 있는 개울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삶이 죽음일것이다. 바로 옆의 고통을 지나치기는 얼마나 쉬운지. 사람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은 차라리 얻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 중의 어떤 이들은 며칠 후, 죽은이의 과거를 추억하며 장지에서 돌아올지도 모르고, 어떤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예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의식에는 응급실의 불안한 공기가 내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젠장, 응급실은 정말 싫다. 더군다나 전문의만을 기다리고 있는 응급실은 더욱 싫다. 갑자기 쓰러진 이들의 핏기 없는 흰 발이 눈에 와 박힌다. 저들은 지금 어떤 악몽을 꾸고 있을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내가 죽을 때는 명예롭게, 남기고 떠나는 이들에게 마음 속의 단 한 마디라도 건네고 떠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몰핀의 몽롱함 속에서가 아니라.
죽음. 삶. 삶. 죽음. 죽음. 삶. 삶. 죽음. 네 시간만에 운명한 이의 시신이 내 옆을 지나고 있고, 남편에게 망치로 맞은 여자가 머리를 감싸고 있다. 모두의 삶에 경고를 남기듯 응급차의 경광등이 돌아가고 있다.
<수필문학입문>
요즘 탐독하고 있는 윤오영 님의 <수필문학입문>을 소개합니다. 대학 다닐 때 선배집에 놀러갔다가 빌려오구선 아직도 돌려주지 않은 책이죠. 1975년 6월 관동출판사에서 나온 초판본입니다. 정가 1,000원. 하드커버에 노랗게 바랜 문고판을 들고 읽다보니 고전의 향취에 빠져드는듯 합니다. 책도 오래된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꼭 수필이라는 장르에만 한정시켜서 볼 것이 아니라 글쓰기 일반에 적용시켜보아도 전혀 무리가 없는 내용입니다. 혹시 블로그를 쓰면서 "아, 글 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던 분들은 한 번 이상 읽어보실만한 책입니다. 어려운 논(論)을 늘어놓거나 하는 책은 아닙니다. 단순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내용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