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14: 숫자 붙이기, 개념화, 창의성

어떤 것에 숫자를 붙이면 사람들이 더 쉽게 알고 느낀다. 가령 ‘제주 올레 7코스’, ‘서울 북촌 7경’, 트위터의 팔로잉/팔로워 수가 표시되는 것,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에 사람들이 누른 횟수가 표시되는 것 등 말이다.

무질서, 인식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숫자로 규정/한정함으로써 그것은 ‘질서’, ‘인식가능한 것’으로 바뀐다. 이것이 서양 근대의 시작이기도 했다. 수학을 바탕으로 한 자연과학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했던 시도들.

이전에는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글을 올려도 정확히 누가 몇 명이나 보는지 알 수 없었다. 카운터, 통계 프로그램 등은 허수가 많았고 누구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러나 트위터는 내 글을 보겠다고 (지켜질지 알 수 없는) 선언을 한 사람들의 정확한 숫자가 명시된다. (최소한 온라인 상에서)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의 핵심인 ‘좋아요!’는, 내 글을 읽긴 하지만 좋아하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던 모호함을 없앴다. 역시 누가 몇 명이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그 안에 좋아함의 정도 같은 것 —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제주에는 올레 위가 아니어도 아름다운 곳이 있고, 서울 북촌 7경보다는 처마를 맞대고 있는 좁은 골목이 더 정겨울 수 있다. 모래를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새는 모래들이 있다. 내 손 안의 모래로 모래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모래의 전부는 아니다.

현실을 파악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려면 개념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잠들어 있는 정신은 기존의 개념에 파묻혀 달콤한 꿈만 꿀 뿐이다. 총체적인 경험과 학습 속에서 나의 개념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창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