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17: 첫째 아이를 위한 잠자리 동화

조금이라도 늦게 자려고하는 첫째를 재우려면 유인책이 필요하다. 그전에는 아이 엄마가 잠자리에서 옛날 이야기를 종종 해주었는데 둘째가 태어난 이후로는 여의찮아서, 내가 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야기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눕자마자 바로 지어대는 즉흥 창작이기 때문에 상당한 순발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아이는 잠들지만 나는 잠이 확 깨는 상황이랄까.

아무튼 지난주부터 5회 정도까지 이어온 이야기에 다행히 아이가 홀딱 빠져있는데,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1. 첫째와 동갑인 여자아이와 가족이 있다(이름을 지어보라고 했더니 ‘미루’로 하잖다).
  2. 밤마다 지붕에서 ‘또깍, 또깍’하는 소리가 계속 나서 가족들이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3. 용감한 미루가 밤에 몰래 마당에 숨어 지붕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 소리의 정체는 작은 우유팩 크기만한 도깨비가 도깨비 방망이로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라는 것을 밝혀낸다(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해주신 도깨비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옛날 이야기’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 이야기에는 항상 상다리가 휘어질 것 같은 잔칫상이 차려져 있었고, 아버지와 나는 상상 속에서 먹고 싶은 음식으로 상을 차리곤 했었다. 그렇다고 그 당시 우리가 밥을 굶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
  4. 미루와 아빠는 인터넷에서, 도깨비를 쫓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내어 집에 와달라고 부탁한다.
  5. 그 사실을 몰래 엿들은 도깨비가 자기 친구들을 소환하여 도깨비는 모두 쉰 다섯 마리가 된다.
  6. 도깨비를 쫓아주는 사람은 너무 많은 도깨비를 보고는 겁을 먹고 도망간다.
  7. 미루와 가족은 걱정에 빠진다.
  8. 이걸 지켜보고 있던 미루네 고양이가 주인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9. 미루네 고양이는 동네 고양이를 모아 회의를 하고 자원자 쉰 네 마리를 뽑아 자신까지 쉰 다섯 마리 고양이 팀을 만든다.
  10. 미루네 고양이는 이 사실을 미루에게 알려주고 오늘밤 도깨비를 쫓아내자고 말한다(동화에서 고양이가 사람말을 하는 것쯤이야).
  11. 미루와 고양이는 도깨비를 잡기 위해 지붕으로 올라갔는데(이 부분이 좀 위험하게 느껴지긴 한다), 도깨비들은 없고 문 하나를 발견한다(고양이 쉰 다섯 마리와 도깨비 쉰 다섯 마리의 전투신은 묘사하기가 힘들고 너무 폭력적일 것 같아 피했다).
  12. 미루와 고양이는 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청나게 긴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그러나 다치지 않는다(첫째는 아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지 않았다).
  13. 통로 저 끝으로 도깨비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문이 보인다. 둘을 간단히 처리하고 문을 열었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편에 계속!

어제는 어떻게 대충 넘어갔는데 오늘은 이야기를 계속 이어야한다. 아… 그 문 뒤의 도깨비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 내지.

아이디어 수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