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13: 동사로서의 ‘창조’

개인 블로그의 좋은 점은 누군가를 향해 주절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절주절.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 읽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기를 쓸 때보다는 조금 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확실치는 않은 독자들 ((그렇게 보면, 트위터는 ‘팔로워’라는 매우 분명한 독자들이 있다. 그러나 역시 그들 모두가 내 글을 읽고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예상하고 글을 쓰고, 그 알 수 없는 독자들 ((사람뿐만 아니라 검색엔진봇까지 포함하여. S.E.O.))이 내 안으로 들어와 어떤 힘을 발휘한다. 그 힘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검열이기도하고 격려이기도하고 억압이기도하고 동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블로그의 ‘나’는 그 힘과 뒤섞인 또 다른 ‘나’가 된다 ((아니면, 블로그는 그냥 내 앞에 있을 뿐이고, 내 정신을 거기에 비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 ‘거울’은 좀 더 두터워서 다른 것을 더하여 비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모두 머리에 이고 글을 쓰는 것은 심한 자기학대다. 글쓰기, 창의성에 대한 많은 책들이 우선 짚고 넘어가는 것도 이 점이다. 네 안의 비판자를 잠재우라. 일단 쓰고, 만들라. ((http://gaudium.tumblr.com/post/3961936168)) <젠해빗Zenhabits>의 바바우타는 매번 비슷한 주제들을 다른 식으로 풀어내는 ‘습관’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의 글을 읽는 이유는 역시 본인이 쓴 글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글마다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문장부호처럼 들어가는데, 묘하게 힘을 발휘한다.)). ‘창조하라Create.‘ ((‘만들어라’가 더 적절하겠으나.)라는 글은 그런 면에서 역시 평범했지만, 하나 건진 것 — 뭔가 만든다고 할 때 떠올려야 하는 것은 명사나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다. 창조적,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아니라 창조하다, 크리에이트create여야한다. 명사나 형용사는 설명하고 묘사할 뿐이다. 변화는 동사가 가져온다. 안팎의 적들을 묘사하는데 골몰하지 말고, 쓰고 만들고 올리기 — 이것이 내 적들을 공격하고 친구를 위로하는 방법이다.

창의적이기 위한 29개 방법29 Ways to Stay Creative‘ 같은 글도 도움이 되긴 한다. 그러나 이런 류의 글 또한 ‘만들기’ 전까지 어떻게 ‘준비운동’을 하고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를 알려줄 뿐이다. 그리고 이런 글들이 시간 끌기, 미루기, 핵심에 다가가지 않기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몸만 풀다 끝날 수 있다. 이제 난 두려움 없이 만들고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