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8: 아이패드 때문에 아이와 멀어질지도 몰라.

bedtime stories - an encore of Quiet, LOUD! - _MG_0292

올드 미디어(TV, 신문, 잡지). 빅 4(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매쉬업(mashup). 생산과 유통을 분리. 프리미엄 콘텐츠. 한 주간 동향 보고서의 핵심어들이다. 문장으로 정리해 보면, ‘향후 올드 미디어의 시대는 끝날 것인데 새롭게 부상한 미디어 업계의 빅 4는 콘텐츠의 매쉬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올드 미디어는 생산과 유통을 분리하여 불변하는 가치를 가진 프리미엄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느낌: 기시감과 허망함. 몇 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콘텐츠가 최고다’라는 상투구와 매쉬업,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실체를 알기 힘든 것들 때문에 말이다.

매쉬업은 (웹 서비스를 만드는 기술적인 관점의 용어로서는 모르겠지만) 사업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관점의 용어로는 부적합하다. (한 때의 유행어를 파고드는 것도 우습지만) 한 가지만 짚자면, 매쉬업은 두 가지 이상의 다른 재료를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인데, 다양한 재료가 새로운 가치의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연금술에 가깝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 과정에는 파악하지 못한 다른 것들이 개입하고 있을 것이고, 그 다른 것들이 더 중요한 요소들이다. 하나만 말하라면 ‘네트워크’를 들겠다.

‘콘텐츠가 최고’라지만 콘텐츠 기업은 유통 기업에 계속 주도권을 뺏겨 왔다. 음반, 뉴스 산업도 그랬고 영상, 출판 산업도 요동치고 있다. 현재 국내 지상파, 케이블 TV의 ‘프리미엄 콘텐츠’는 뭘까? 이것의 평가 기준으로서는 현재까지는 ‘시청률’이 유일해 보인다. 드라마, 예능, 구체적으로는 ‘대물’, ‘1박2일’, ‘슈퍼스타K’ 같은 것들이겠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많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만 골라 만들 수 있으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현재까지 이것들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업계라는 것은 인정하겠으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인터넷 업체들이 지상파/케이블 TV 업체들과 동영상 콘텐츠 사용에 대해 협의하는 것을 지켜보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지나칠 정도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음반, 뉴스 업계가 어떻게 주도권을 뺏겼는지 목격했기 때문에 유통 역시 자신들이 직접 통제하고 싶어한다. 시청률이 높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업체일 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환경에서 생산과 유통을 분리하라는 것은 후발 업체들이나 흥미 있어 할 얘기다.

또 다른 동향을 보자. 가트너그룹의 보도자료(‘Gartner to CEOs: Seize the iPad Opportunity Now‘)를 요약한 것인데, 아이패드가 많은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이므로 “이를 스쳐 가는 유행 정도로 간주한다면, 후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고 “뒤늦은 채택이 불러오게 될 비용은 매우 높을(extremely high) 수 있다”며 ‘너희 아이패드 안 쓰면 힘들어질텐데?’라는 식으로 ‘협박’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패드를 가리켜 “시장 파괴적인 기기(market-disrupting device)” 즉,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기기라고 일컫는데, 이것을 앞에서 잠깐 언급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이해해 보고 싶다. 일단 아이패드가 행위자로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들이 다양하다. 앞의 보도자료에서는 기존의 노트북이나 PDA, 심지어 스마트폰도 참여할 수 없었던 영역(가령 병원, 관광, 항공 등)에까지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또한 아이패드(라는 기술)가 네트워크에 참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행위자들 간의 권력 관계를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가 전자책 기기로 활용됨으로써 저자, 출판사, 서점, 온라인 서점, 독자 간의 기존 관계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할 네트워크의 모습을 나름대로 예측하고 자신은 어디에 위치하면 좋을지를 궁리하고 있다. 돈의 흐름을 좇기도 할 것이고, 낮은 비용의 자유로운 출판을 원하기도 할 것이고, 새롭고 편리한 독서 생활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패드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파괴하는 것은 기존 시장만이 아니다. “유년기 발달 분야에서 일하는 재니스 임은 어린 남자 아이와 아이의 엄마 사이에 일어난 걱정할만한 일을 목격했다. 두 살 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는 계속 자신의 엄마와 말하려고 했으나 엄마는 자신의 블랙베리(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 엄마? 엄마?’라고 하는 것 같았다고 임씨는 말했다. 그리고 아이는 엄마의 다리를 건드리기 시작했고 엄마는 ‘어 잠깐만, 잠깐만’이라고 했다. 아이는 매우 낙담해서 결국은 소리를 지르며 엄마의 다리를 물려고 했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익숙한 풍경 아닌가. 아닌가? 내 경우는 여섯 살과 한 살 짜리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첫째는 혼자서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하는 시간이 늘었지만, 둘째는 아직 숨쉬고 싸는 것 외에 혼자서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옆에 있어줘야 하는 시간이 많고 그럴 때면 난 자연스럽게 아이폰을 들고 뭔가를 본다. 그리고 만약 아이패드가 있다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텐데라고 종종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기사(‘The Risks of Parenting While Plugged In‘)는 내게 ‘아이한테 그러면 안돼.’와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생각해 보자. 비록 한 살(정확히는 7개월)이지만 아빠와 눈맞추고 관심 받고 알 수 없는 소리로 대화하고 볼을 부비고 싶을 것이다. 나이가 먹을 수록 조금씩 더 엄격하게 대하고는 있지만 첫째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자기가 그리는 그림을 지켜봐 주는 것이 좋고, 혼자서 책을 읽을 수도 있지만 아빠가 읽어주는 걸 좋아할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작은 스크린만 쳐다보며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모-자식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부모가 아이를 안아 자기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말을 할 때는 책의 단어 뿐 아니라 애정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해결책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한 번에 한 가지만 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의 신화 따위는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분명히 구분하고 그 시간 동안에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아주는 것. 아이패드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