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중요한 것

아이맥을 사기로 결정하고 제품 페이지에 나와있는 화려한 기능들을 읽다보니 이런 ‘기술들’이 내가 원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명백히 내가 원하는 것은 이 기술들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들인데.

컴퓨터에 인터넷 선이 꽂히면서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이 생겼고 컴퓨터가 아니라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이 필요해졌다.
다룬다는 것은 보기, 알기, 만들기를 안다는 것일테고.
미디어가 나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접촉, 연결, 네트워크 등의 키워드이다. 이것들은 기술을 넘어선다.
한 두 살 더 먹어가며 세상은 정말로 연결되어 있구나, 나 혼자서는 살 수 없고 그렇게 사는 것은 의미도 없다는 것을 더 깊이 느껴간다.
이것을 전제한 순간부터 그것이 저열한 수준이건 고상한 수준이건 그 어디쯤에 위치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해졌다.
계속 묻게 된다.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사람들과의 연결 속에서 어떤 점이 되고 싶은지를.
이것들을 외면하고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뜬금없이…

‘연애’라는 최상의 상호작용.
‘연예’라는 최하의 상호작용.
재밌는 인터넷이 되려면 둘 다 있어야.

사람과 인터넷

한밤중에 머리를 식히러 집 앞 놀이터 벤치로 가다보면 경비실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는 경비 아저씨를 보곤 한다. 원칙적으로는 24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식이므로 근무 시간 중에는 불편한 의자에 기대어 새우잠을 잘 수 밖에 없다. 가끔은 경비 아저씨들을 관리하는 경비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 잠을 깨우기 위해 경적을 울리고 가곤 한다. 출입문에 붙어있는 공지문을 보니 이번에 CCTV를 늘리고 경비원 인력을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경비 아저씨들도 최저 임금을 적용받을 테니까 2007년도 최저 임금은 시간당 3,480원이고 한달에 15일, 하루에 24시간으로 계산하면 1,252,800원 정도를 월급으로 받을 것이다. 거기서 이것저것 떼고 나면 그 고생을 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되는 것이고.

나의 시름과 고민은 주로 인터넷으로부터 나오는데, 어떻게 회사가 돈을 벌게 해줄 것인지, 내 연봉은 어떻게 올릴지, 보고서는 어떻게 쓸지, 짤리지 않도록 내 가치를 어떻게 증명할지, 파워포인트는 어떤 색으로 만들지 같은 것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인터넷에 대해 생각하면서 정작 중요한 일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나중에라고 되뇌인다. 결국 돈벌이 수단으로서의 인터넷 밖에는 생각 안하고 있다는 것.

인터넷을 포함한 IT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줬을까? 인간을 소외시키고 각종 격차를 더 빠르게 벌리는데 기여해 오지 않았을까? 인터넷 때문에 나 정말 행복해졌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긴 하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큰 비용 없이 내 존재와 생각을 알릴 수 있다는 것 등. 그 외의 것들? 잘 모르겠다. 판단유보다. 난 인터넷의 이런 매력 때문에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열정만 가지고 뛰어들어서 이젠 이것 밖에 할 줄 모르니 이 ‘바닥’을 뜨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수 밖에. (이런 모범적인 결론 따위.)

내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인터넷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돈 버는 인터넷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내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콜린 윌슨의 말처럼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인터넷,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인터넷, 평범하게라도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