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16: 얼마나 빨리 ‘좋아요’?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생각한다. 난 인터넷 밖에서, ‘이게 좋아요’라고 얼마나 자주 표현하고 있나?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사람이 아니지만 잠시만 돌이켜봐도 좋아하는 것들이 참 많다.

지금 마시고 있는 보리차가 정말 시원하고 맛있어서 좋아요,
지금 쓰는 연필의 부드러움이 손끝에 퍼지는 것 같아 좋아요,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듣고 있는 정태춘의 ‘사랑의 보슬비’가 좋아요,
세련된 표지와 종이로 잘 제본된 책을 한 손으로 잡는 단단한 느낌이 좋아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자리에 앉으실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리는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가 좋아요,
맛이 있든 없든 아내가 해주는 주말 점심이 좋아요,
아이 한 놈은 등에, 한 놈은 가슴에 매달릴 때 다리는 흔들리지만 좋아요.

이 느낌들을 표현하거나 기록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뭐 하나 좋다고 말하려면 그 이유들을 멋지게 풀어놓아 설득하고 공감 받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도 있었다. 너는 그게 왜 좋아, 라는 누군가의 반격을 예상했기 때문이거나 자신감의 부족이었거나 그런 것들을 사소하고 순간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려는 미숙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좋은 것을 좋다고하는 것은 해롭지 않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랑하기 위한 것, 다른 이익을 바라고 나는 이것이 좋아요라고 거짓 증언하는 빈번하고 불쾌한 사례들 — 공짜 제품 받고 밝히지도 않은 채 정말 좋다는 리뷰 쓰는 이들, 떼로 몰려가 공짜 음식 먹고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이들 — 이 아닌 한 말이다. 한편,

  1. 난 이게 정말 좋아.
  2. 너도 이걸 경험해 봤으며 좋겠어.
  3. 자, 인터넷에 올리테니까 봐봐.

처럼 이어지는 마음이 있다. 난 여기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번의 상태에서 좀 더 오래 고요히 기쁨을 느끼며 좋아하는 것, 아니면 빠른 시간 안에 1, 2, 3번의 과정을 거치는 것.

말, 생각, 음악, 사진, 영화, 책 등이 디지털로 바뀌어 네트워크로 모여들고 있다. 만드는 것도 유통하는 것도 소비하는 것도 편하고 빠르다. 좋아하는 것도 더 편하게 더 빨리 더 많이 좋아해야 한다. ‘지금 널 누르지 않으면 페이지가 넘어가 다신 좋아하지 못할 것 같아 조바심이 나’.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이 흐름에 앞장 서고 있다.

‘좋아함’이란 무엇일까? 좋아함은 느낌일 뿐일까? 매순간 변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강하게 좋아해야 좋아하는 것일까? 찰나의 순간 동안 마음이 움직인 것도 좋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내게 즐거움[快]을 주었다면 그것이 곧 좋아한 것일까? 아니면 모든 것은 텅 비어있는 것인가?

계획 하나가 생겼다.

  1. 내가 하루 동안 좋아한 것들을 매일 기록한다.
  2. 일주일 후에 그 목록들을 다시 본다.
  3. 여전히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분류한다.
  4. 인터넷에 올린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좋아함’에 대한 내 생각이 정리가 될지도 모르겠고,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정보가 되는지도 좀 더 선명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