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초간의 백일몽

생각의 좁은 틈을 비집고 어릴적에 걸었던 거리가 떠오른다.
내가 살던 동네인지 놀러갔던 곳인지도 분명치 않다.
6살 어느 아침 영문도 모른 채 집달리들에게 안방을 내어주고 대문 밖으로 쫓겨난 왕십리 어느 동네일 수도 있고,
유치원 들어가기 직전 겨울 2개월 동안 세들어 살았던 장위동 언덕 어느 동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오늘보다 덜 쌀쌀한 날씨였다. 10월 정도의 공기.
자동차 두 대 정도가 지나갈 수 있는 너비, 콘크리트 담벽과 바닥.
완만한 경사 탓에 저 멀리 거리가 보이는 듯 하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지만 마음은 푸근해진다.
우리에겐 이미 콘크리트가 자연이 되어버렸다.
어디든 다시 가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