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 것들

1. 항상 가는 미용실에서, 짧게 깎은 내 머리. 작년말인가 올해초부터 짧게 깎기 시작했다. 작년에 길게 길러 묶어보려다 결국은 또 포기했다. 사람이 좀 안 돼 보인다는, ‘루저’처럼 보인다는 의견이 많아서 말이지.


2. 새로 산 짧은 양말.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도 목이 짧은 양말을 신고 다니는데, 이번에 새로 산 짧은 양말은 발을 조이지도 않고 느낌도 부드러워서 만족이다. 그런데 한 켤레에 4,300원 하는 가격은 좀 부담.

3. ‘Wipeout’이란 미국 TV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를 봤는데, 껄껄대며 웃었다. 물론 다치지 않겠지하는 짐작이 있기 때문에 신나게 웃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상금이 많은가? 정말 진지하게들 하니까 더 웃겨.

4. 친구들이 해주는 생일 케이크 절단식. 내가 속해있는 몇 개 안 되는 모임 중 하나인 ‘금홍볼’ 친구들이 챙겨주곤 하는데, 사실 이런 거 안 해줘도 친구임에는 변함 없잖아.

5. 이런저런 많은 할일관리 프로그램들을 전전하다가, 외면해 온 옴니포커스(OmniFocus)를 쓰기로 결심했다. ‘결심’이라고 한 것은, 이건 정말 얼마나 꾸준히 써서 습관을 들이느냐에 따라 쓸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이폰용 옴니포커스만으로는 이 프로그램의 진수를 느낄 수가 없어서, 아이맥용과 아이폰용을 함께 쓰고 있는데, 꽤 좋다. 두 기계를 동기화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잘 된다. 이것 역시 GTD(Getting Things Done) 시스템을 구현한 것인데, “인터넷은 그야말로 망각의 기술이다.”라는 니콜라스 카의 글을 읽고 보니 GTD가 왜 전세계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지 이해할 것 같다. GTD의 핵심이, 시스템에 모든 것을 위임하고 머리 속은 비워버리라는 것 아니던가.

6. 몇 달 전 첫째 아이에게 조금 비싼 운동화를 하나 사줬다. 오래 신게 할 생각에 조금 큰 것을 사줬더니 밑창 뒤가 닳아서 구멍이 났다. 이걸 실리콘으로 때우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슈구(Shoegoo)라는 걸 발견했다. 신발 밑창에 발라서 내구성을 강화하거나 보수하는 물건이었다. 130그램 포장이 1만5천원. 주말에 발라서 말려놨는데 신발이 안 보이는 것으로 보아 오늘 신고 유치원 갔나보다.

좋아한 것들이 이것뿐은 아니겠으나, 역시 물건이나 상품 같이 눈에 보이거나 손에 만져지는 것들을 좋아하기가 쉽더라. 정서나 느낌은 구체적으로 ‘아, 이거 좋구나’라고 느낀 순간 기록하지 않으면 잊기 쉽고, 상세한 기록 자체도 노력이 필요하다.